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이 잠을 청하는 것으로 허비되고 있다.

이 나이쯤 되면 잠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게 되길 바랐는데.

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대륙에 도착해버렸다.

'야 뭐 재밌는 거 없냐'의 세계. 운이 좋았다면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다다르게 된다. 이 회색의 대륙에.

메시지가 촌스러워서 더 좋았다.

나는 촌스러운 것이 좋다. 그래도 웃으면서 지내자, 사람이 소중하다, 이런 것들.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들. 명쾌해서 좋았다.

추운 겨울에 외투가 없다면 아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겠지.

그런데 외투를 두 벌 샀다고 두 벌분의 행복이 느껴지지는 않는다. 자본주의의 셈법이 이상하다는 증거이다.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외투는 진열장에서 이동하여 내 방 옷장에 걸리는 순간 보통의 외투가 되었다.

아, 적당함이란 얼마나 충족시키기 어려운 가치인가.

적당함은 분명 뛰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다.

길 앞에 놓여 있는 돌을 치우면 다른 돌이 또 나타난다.

그 돌은 더 크고, 더 단단히 땅에 박혀 있다. 계속 이렇게 돌밭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, 내 안의 중학생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. 열심히 하면 돌이 없는 또는 돌이 굉장히 적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왔기 때문이다.